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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현대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 - 광주 대단지 사건(1971년) ' 광주'라고 하면 먼저 생각나는 도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광주광역시지만,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배경이 되는 곳은 '경기도 광주'이다. 1960년대 말 서울시는 서울 시내 무허가 판잣집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철거민들을 경기도 광주에 대단지를 조성하여 집단 이주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가구당 20평씩 평당 2,000원에 분양을 해 주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투기 붐이 일어나자 평당 8,000~16,000원에 이르는 땅값을 일시불로 내게 하고,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 정책을 폈다. 무허가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에게 이러한 비용을 댈 수 있는 능력이 있을리 만무하였고, 이에 따라 조세 인하와 생계 대책을 촉구하며 비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에 대해 묵살하였으며..
나목(박완서) 전기적 소설을 썼던 박완서. 그런 그녀가 박수근과의 만남을 기억하며 쓴 작품이 이라는 것을 얼마 전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꺼내든 은 박수근을 좋아해서도, 박완서를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그 자리에서 박수근과 박완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지 못했던 아쉬움에 뒤늦게 내 기억의 어떤 공간을 조금 알차게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게 조금 솔직한 표현이다. 박완서의 , 에서 담담하게 서술했으나 묵직하게 느껴졌던 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고스란히 이라는 작품에서도 느껴졌다. 다만,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유명한 화가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었다는 점. 나목 세트 (보급판)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열화당 2012.09.20상세보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82년생 김지영(조남주) 팩트 폭력이라 해야 하나? 한 반에 한 명 정도는 김지영이 있었고, 지영이란 이름은 학교에 많기도 많았다. 영희가 휩쓸고 간 60-70 이후 80-90은 가히 지영이가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82년생 김지영 국내도서 저자 : 조남주 출판 : 민음사 2016.10.14상세보기 82년생 김지영이 살아온 시간 동안 여권이 신장되었으며, 남아 선호사상이 무력화 되었고, 양성평등을 위한 법안들이 마련되었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높아져 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도적 차원의 여권 신장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갖춰진 제도와 실질적 적용 간의 간극에서 오는 여성으로서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한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는 성차별적 사회적 풍토 안에서 자아분열적 정신병증을..
채식주의자(한강) 아내가 채식을 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우리 사이의 경계에는 늘 꽃이 있어 그 구획을 획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아내가 채식을 하기 전까지'라는 단서에서 우리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아내'라는 깊은 정서적, 법적 유대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내'의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다. ㅡ그러므로 '유대'라는 단어가 합당한가에 대한 시비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다. ㅡ 특별하지 않다고 믿은 사람에게서 발견한 특별함으로 인해 '나'는 새로움에 또다른 매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함으로 인해 매력이 사라져 버렸다. 이후 '아내'는 결코 '나'에게 관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어릴적 트라우마에 대한 극복에 매몰된 채 주변을..
풍경소리(구효서) -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 공에서 시작되어 공으로 끝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면에서, 무언가 변하길, 무언가 깨닫길 바라는 처음의 마음과 무언가 변하고 무언가 깨달은 나중의 마음에서,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 어디로 가는지를 묻고는 이내 변치 않는 우리의 마음과 어쩌면 깨달았다고 믿고 싶은 자기 합리화의 결실을 아름답게 포장하리라. 진정한 깨달음이면 어떻고, 자기합리화이면 어떠랴. 깊은 고민 후의 결론은 대부분 옳다 믿고 싶은 것들이므로. 다만, 그 깊은 사색의 시간이 우리에게 충분히 주어지느냐 마느냐가 본질적 문제이리라. 풍경소리 -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국내도서 저자 : 구효서,이기호,김중혁,윤고은,조해진 출판 : 문학사상 2017.01.18상세보기 깨달음의 경지가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는 누군가의 깨달음을 위한 ..